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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아들과 엄마의 세계여행

by 꿈꾸는늘보 2023. 6. 8.

엄마와 아들이 세계여행을 떠나면?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키만 덩그러니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그의 엄마의 기가 막힌 세계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엄마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아둔 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아들은 차라리 이 돈으로 엄마와 세계여행을 하는게 낫겠다고 결심을 한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엄마가 운영하던 작은 가게에 쳐들어가 '세계를 무대로 신나게 한 판 놀고 오자!'고 말해버린 것! 그런데 당황했을 법도 한 이 엄마, 며칠 고민하는가 싶더니 덥석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독특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들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대륙 끝 싱가포르까지 육로로 이동한 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의 섬나라와 중동의 이집트까지 여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유럽을 지나 런던에서 300일간의 여행을 마친다.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의 공동여행을 기록한 블로그 '둘이 합쳐 계란 세 판, 세계여행을 떠나다' 중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의 이야기를 먼저 엮은 것으로, 여행 1막에 해당한다. 정말 실제로 그랬어? 싶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여행 내내 엄마를 웃게하는 훈훈한 아들의 재롱 아닌 재롱이 더해져 따듯하고 유쾌한 감동을 전한다. 여행의 여운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도 이 책의 별미로 작용한다.

별난 아들 태원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작가 태원준은 대학에 입학한 뒤엔 푼돈이 모일 때마다 전국을, 목돈이 모일때마다 세계를 누볐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나이와 똑같은 27개 나라를 여행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운명이라 생각했고 긴 고민 끝에 앞으로 매년 한 나라씩, 나이와 똑같은 숫자만큼의 나라를 여행하며 살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99개국 600여 도시에 발자국을 찍었다. 이제는 99세까지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큰 고민이 되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500일간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묶어 엄마 시리즈 3부작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를 연달아 출간했다. 또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것 뿐만아니라 방송과 강연을 통해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일이 궁금해지다!

둘이 합쳐 몸무게 100kg, 나이는 계란 세 판(90살).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두 모자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헤치며 집을 나선다. 인천 부두에서 시작해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막을 내리는 긴 여정. 여리여리한 서로를 바라보니 이거 세계여행이 가당키나 할까 싶었다. 하루에 딱 세번, 더도 덜도 말고 딱 세번만 원 없이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엄마가 과연 잘 놀 수 있을까?가 걱정이라면 걱정이었다. 하지만 웬걸. 하도 조신해 음주가무는 꿈도 구지 않던 엄마가 베이징 공원에서 벌어지는 춤판에 끼어들어 무아지경 몸을 흔드는 건 기본, 내리 23시간 롤러코스터와도 같던 리장행 야간 버스에서 겨우 벗어나서도 길가의 꽃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은 여행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남기고자, 그리고 다신 없을 이번 여행을 기록하고자 자신의 블로그 '둘이 합쳐 계란 세판, 세계여행을 떠나다'에 포스팅을 시작했다. 금세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이 가냘픈 모자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나도 엄마와 해외여행을 간 적이 두번 있다. 한번은 일본, 한번은 베트남. 그나마 일본여행은 패키지 상품으로 떠난 여행이어서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베트남은 자유여행으로 떠나다 보니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책을 읽으며 그때의 엄마와 함께했던 여행들이 다시금 떠오르며 추억이 샘솟았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인다. 힘들면 힘든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그것이 또 여행만의 즐거움 아닐까. 저자처럼 엄마와 세계여행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겠지만. 다시 한번 엄마와 해외여행을 떠나보고싶다. 그때는 좀더 자유롭게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여행을 해봐야겠다. 엄마에게 다시 한번 자유를 느끼고 만끽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